루돌프 부흐빈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2024.06.30)

  비가 많이 온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지 않았던 날이다. 어제는 엄청나게 내리는 비를 뚫고 술을 마시러 갔었는데 말이야.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좀 일찍 도착하자마자 예당 앞 쌀국수 집에서 해장을 하러 갔다. 의외로 괜찮더라 매운 해산물 쌀국수. 면은 안 먹고 국물이랑 야채만 먹으니까 마지막엔 면만 남아서 팟타이의 비주얼이 되었지만.. 동생이 테라로사 들어가 있어서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시긴 했는데 오늘의 아이스 드립이 디카페인 밖에 안되어서 결국 2번 할 때 시원하게 졸았다. 그래도 3악장은 들었으니까 됐지 뭐..

  부흐빈더 옹 작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중 고별이랑 28번 했던 날 갔었는데 아니 너무 잘 치셔가지고 와 과연 베토벤의 대가가 맞구나 하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올해 베피협 전곡은 1, 5번을 하는 날과  2, 3, 4번을 하는 날 둘 중 고민을 하다가 역시 4번을 가장 듣고 싶었기에 이 날로 가게 되었다.

  부옹의 연주는 여름날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같다 산뜻하고 청량하고 향기로운 풀 내음마저 나는 것 같아 가진 걱정과 근심을 잠시 잊게 하는 느낌. 2번은 너무 졸아서 뭐라 얘기하기 힘들지만 그 덕에 4번을 말끔한 정신으로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4번은 좀 더 뭐랄까 광활한 바다의 수면 위로 내리쬐는 구름 사이의 햇빛 같은 느낌이지만 이런 전원적 4번도 아주 듣기 좋았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4번을 또 들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다만 1악장 카덴짜 너무 아름다운 가운데 내 주변 사람들이 무슨 사레들린 것처럼 기침을 해대서.. 아무리 감출 수 없는 게 가난 기침 사랑 이라지만 좀 뚜띠에서 하시면 안 되시는지 ^.ㅜ.. 3번은 너무 곡이 시리어스 한 느낌이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가볍고 경쾌한 해석이 훨씬 더 좋았다. 이건 정말로 이보다 더 좋은 3번은 없지 않을까? 오케도 부옹의 지휘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앙상블도 참 좋았다 특히 첼로 소리가 너무 좋더라. 앵콜이 없어서 조금 슬펐지만.. 그나저나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연주는 딱히 쓸 말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너무 컨디션이 안좋아서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일까?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