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시향 레이 첸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2024.06.28)

  공연의 타이틀은 비단 레이첸이지만 나는 2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듣고 싶은 것이었는데 티켓 구하기가 정말 빡쎘다. 아니 레이첸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다니? 합창석 오픈한 날 겨우 28일 하나 29일 하나를 구하고 100% 환불 기간 전까지 다른 표를 구하면 그 날로 동생이랑 가야겠다 생각을 했으나 티켓이 도무지 나오질 않아 29일 표는 그냥 동생을 주었다. 딱히 멘바협이든 차바협이든 상관은 없었지만 29일에 술약속을 잡을 예정이라.. 아니 근데 가서 보니까 빈자리 좀 있던데 무슨 일이야 어이없어 진짜. 전날 플레트네프 공연 갈 때 너무 막혔던 트라우마 때문에 이 날 또한 조금 서둘러 출발했다. 기분상 그렇게 막히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두 시간은 걸렸구나. 아침엔 발레 점심엔 바이올린이 있던 날이라 기력이 딸려 도착하면 꼭 밥을 먹어야지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공연 전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또 모든 식당가에 웨이팅이 있어 그냥 포기하고 커다란 초코칩 쿠키만 우적우적 씹으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롯콘 합창석은 처음 앉아보는데 시야가 굉장히 좋다 그리고 바실리 오빠 (^^;) 를 잘 볼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갤럭시 줌이 어디까지 단원들의 악보를 스틸할 수 있는지를 시험

  

  베버 오이리안테 서곡은 처음 듣는 곡이고 무난하게 잘 맞고 경쾌했다 일단 바실리 페트렌코의 지휘와 표정이 잘 보여서 그게 가장 좋았던 점이라 하겠어요. 작년 예당에서 파보 예르비와 취리히 톤할레를 비슷한 자리에서 봤을 때도 하트 날리면 예르비가 보겠네 했었는데 딱 이 날도 하트 날리면 보일 시야. 물론 저는 교양 있는 문화시민이라 그런 부끄러운 짓을 감행하진 않았답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바실리의 지휘는 뭔가 예르비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싸인 확실히 주고 입으로도 열심히 박자 맞춰주고.
  레이첸의 연주는 실제로 처음 듣는데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연주자였다. 테크닉 좋고, 소리 밝고 예쁘고, 합창석에서 듣는데도 소리가 짱짱하고, 비브라토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하고, 음정은 살짝씩 아쉬운 부분들이 있고. 그러나 제일 문제는 왜 1악장부터 3악장까지 계속 바운스를 붕붕 타면서 연주를 하는 것인지? 3악장은 그렇다 쳐도 1악장 심지어 2악장 까지도 엉덩이 춤을 추면 어떡하나. 박자도 제멋대로 밀고 당겨서 단원들도 바실리도 맞추기 힘들었을 것 같고. 앵콜로 연주한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3번 가보트도 잘하지만 다소 과장되었달까 뭐 앵콜로는 이런 방향도 괜찮지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쿨을 우승했을 정도면 결코 못하는 연주자가 아닌데 이제 노선을 대중성으로 돌린 것일까?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이 들으면 재밌으니 좋게 듣겠지만 솔직히 그가 가진 실력이 아깝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대망의 호른 8대.. 가 아니라 사진에 안나왔지만 9대였던 것 같다

아이컨택 ♡

  일단 처음 시작부터 내 자리에서 너무 크게 울려 퍼지는 금관 소리에 조금 당황. 물론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으나 내내 이 밸런스에 적응이 안 될까 봐 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러나 4악장 전쟁터의 영웅에서 금관이랑 타악기가 쩌렁쩌렁 들리니 오히려 좋았다는. 시간이 지나니 이 밸런스에 익숙해지는 것도 있고.. (자체 귀내 이퀄라이저) 금관 비중이 많은 곡인데 약간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큰 삑사리 없이 정말 잘해주었고, 웨인 린 악장의 솔로파트도 괜찮았고, 목관도 이 정도면 선방 아닌가 평소보다 좋았던 것 같은데. 물론 현이랑 관 같이 나올 때 타이밍의 차이를 정확하게 맞추기는 짧은 연습 기간으로 힘들었을 것이고 느리고 서정적인 파트에서 좀 밋밋하지 않았나 싶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전반적으로 연습으로 맞춘 부분은 좋고 미처 맞추지 못한 부분은 아쉽긴 했어도 이 난곡을 이 정도의 완성도로 올린 서울시향과 바실리 페트렌코의 노력이 돋보였다 하겠다. 얘들아 빈필 틸레만 라이너 호넥 이런 거 너무 자주 듣고 그러면 안돼 실망만 는다구. 약간 귀여웠던 게 바실리가 계속 입으로 노래하면서 지휘를 하니까 게네랄 파우제에서 뚜띠 들어오기 0.1초 전의 그 정적에 바실리 목소리가 들리더라는. 이런게 합창석의 묘미이겠죠 가격도 대박 착하고 다만 유일한 단점은 그의 우월한 기럭지가 보면대 등에 가려 잘 안 보였다는 것. 이렇게 공연 잘해놓고 또 커튼콜 3번만 하더라 정말 쿨하신 분이세요. 내년에 부디 또 와주시기를..
  아 이 날 항상 그렇듯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고 있는데 세컨 수석 임가진 씨랑 트럼펫 객원 분도 같이 인파에 섞여서 내려가시더라는. 출연자 엘리베이터 따로 있을 텐데 붐벼서 그런가? 트럼펫 객원은 바로 내 앞에서 주차정산을 해서 공연 잘 봤다고 얘기를 해 말어 하다가 그냥 단념했다. 나이가 10살은 더 먹으면 그런 배짱이 생기겠지. 그리고 잠실 사거리에서 잠실대교 타야 되는데 뭔 공사에 뭐에 너무 막혀서 차 안에서 기절할 뻔했다. 당연히 잘 도착하긴 했지만 전 정말 롯콘이 싫어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