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시향 바실리 페트렌코의 드보르작 교향곡 8번 (2024.06.21)

  어째서 6월에 가는 공연이 이다지도 많은 것인지. 그러나 바실리 페트렌코의 지휘는 놓칠 수 없죠. 사실 다음 주에 있을 레이첸과 바실리 페트렌코가 양일 다 매진이길래 아 이러면 못 가려나 그래도 한 번은 봐야되는데 싶어 예매를 한 것이었는데 어떻게 또 레이첸 협연날 표도 구해버려서 결국 두 공연을 모두 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 날 바이올린 레슨 갔다 와서 밥 먹고 나간다고 냄비에 갈비를 올려놨는데 아무 생각 없이 연습하다가 양념을 태워먹었.. 향수 뿌리고 가긴 했지만 아마 공연 내내 나에게서 정체 불명의 탄 내가 났을 것이다..

  브피협 1번은 과거 김선욱이 리즈 콩쿨 1위 했을 때 파이널 곡으로 들었던지라 굉장히 진지하고 힘찬 느낌으로 남아있다. 드보르작 8번은 지난번 밤베르크 심포니랑 야코프 흐루샤 왔을 때의 공연이 정말 좋았었던. 아 그때도 1부를 김선욱이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했었던가?

  일단 등장할 때부터 바실리 페트렌코 키가 저렇게 컸다니 하고 깜놀. 끝나고 나서 동생이 자꾸 키 2미터 되는 거 같다고 해서 찾아보니까 대략 197 정도 된다네? 아니 키가 이렇게 큰데 왜 클래식을 하시는 거예요 진짜 2미터 넘었으면 스포츠계로 강제 추방 되셔야 해요. 그리고 좀 사람이 멋있다 키가 커서 그런가? 뭔가 지휘도 젊고 유능한 러시아 장교 같은 느낌에다 커튼콜도 딱 세 번만 하고 들어가는 쿨함까지.
  트릅체스키는 처음 들어보는 피아니스트인데 2022년 평창에 왔었다네? 그때 본 기억이 없던 걸로 봐서 내가 안 갔던 날짜였던 듯. 처음 시작을 엄청나게 피아노로 가져가서 오잉 했는데 전반적으로 음량이 그리 크지 않은 그러나 엄청나게 섬세하면서 오케스트라와 유기적이다 못해 거의 재즈처럼 즐겨버리는 모습이 굉장했다. 이렇게 유연한 브피협이라니! 신선해서 오히려 더 모든 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재밌었고 피아노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소리들이 너무 예뻤다. 이 연주에 대한 평이 좀 갈렸던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정석적인 연주도 좋긴 하지만.. 모든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협주곡을 강력한 타건으로 지배하며 오케스트라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했을 때 이 연주가 그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앵콜은 먼저 본인의 고향인 마케도니아의 짧은 춤곡을 현란한 박자 쪼개기로 들려주었고 그다음으로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3번 3악장을 웨인 린 부악장, 강윤지 비올라 수석 (맞겠지..?), 객원으로 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 이소정과 함께 연주했다. 참 아름다운 곡이지요 시작부터 피아노와 함께 나오는 첼로가 참 좋아서 오오 했는데 역시..

3악장은 15:11부터. 지안 왕의 담담하고 포근한 첼로 위에 얹히는 스베틀린의 나비같이 어여쁜 바이올린의 조합이란

  드8은 일단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너무 좋은 곡. 현이 평소보다 좀 더 많았는지 평소보다 더 두터운 소리를 들려주어 깜짝 놀랐다. 특히 저현 파트들이 엄청 좋아졌다는 느낌. 전반적으로 플룻이 열일해야 하는 곡인 만큼 플룻 객원 필립 윤트가 정말 열일을 해주었고 4악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트럼펫도 바방 수석 마르틴 앵거러의 노련한 매끈함이 돋보였다. 팀파니에는 kbs 이원석 수석분의 반가운 얼굴이. 1악장과 2악장은 아주 쫙 짜인 긴밀한 합을 보여주었다면 3악장은 벨트를 잠시 푸른 듯 조금 더 춤곡의 자유로운 느낌을 살렸다. 기분엔 너무 자유로웠던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4악장에선 다시 텐션을 올리는데 이 곡 초반이 정말 숨 쉴 틈 없이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곡이라 피날레에 가면 아 좀 짧다 더 터져줘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풍성한 사운드, 가뿐한 속도감, 타이트한 합이 돋보이는 호연이었고 특히 바실리 페트렌코의 기럭지가.. 난 여성 단원들의 미소를 이해할 수 있어.. 그가 아무리 76년생 아저씨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