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여름 향수를 만나는 일

 

  물론 평범한 우리의 삶에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완벽한 여름 향수를 찾기 위해. 나는 오랜 기간 굉장히 빈약한 향수 컬렉션 ㅡ딥티크의 오 데 썽, 세르주 루텐의 라 비에르쥐 드 페ㅡ 으로 여름을 버텨왔는데 올해 드디어 두 향수 모두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이 일의 발단이라 하겠다. 물론 작년에 산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멜로그라노가 있긴 하지만. 어떤 향수 덕후?들은 멜로그라노를 가을/겨울 향이라고 하는데 나는 절대적으로 봄/여름에만 뿌린다. 너무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의 향인데? 이걸 겨울에 뿌린다고? 그러나 그럴 수 있습니다 네 제가 틀렸을 수 있죠.

 

Top Notes: Orange Blossom, Bitter Orange / Middle Notes: Juniper Berries / Base Notes: Angelica, Patchouli

 

Lily, Pear, Metallic notes, Sandalwood, Incense

 

Top Notes: Bergamot, Spices, Bitter Orange / Middle Notes: Pomegranate, Ylang-Ylang, Rose / Base Notes: Oakmoss, Labdanum, Patchouli, Musk

 

 세 향수 중 오 데 썽과 멜로그라노는 캐주얼하게 뿌리고 라 비에르쥐 드 페는 어디 약속 있어서 나름 꾸미고 나갈 때 쓴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오 데 썽은 딥티크가 사라질 일도 오 데 썽을 단종시킬 일도 없지만 세르주 루텐은 이미 한국에서 철수를 했나 그랬죠? 게다가 라 비에르쥐 드 페는 직구 이런걸로도 잘 안파는 것 같더란 말임. 하 어떻게든 구해야 할텐데.. 근데 직구 막힌다 어쩐다 하던데 가능한가? 하하하
 아무튼 이제는 더이상 이 여름을 세가지 종류의 향수 돌려막기로 살아나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또 다른 여름 향수를 찾아나서게 되는데. 제일 처음으로는 테라코타 병에 담긴 포푸리 방향제 사면서 같이 샘플로 온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포푸리 향수.

Top Notes: Laurels, Bergamot, Bitter Orange / Middle Notes: Cloves, Thyme, Rosemary, Lavender / Base Notes: Peru Balsam, Patchouli, Cedar

 

 샀던 방향제도 좋고 향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뿌리고 갔더니 바욜쌤이 파스 붙이셨어요? 이러더라. 하.. 이 사람 프레데릭 말 프렌치 러버 뿌리고 갔을 때도 똑같이 이 말 했는데. 진짜 짜증난다 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서 더 짜증나..
 그 다음으로는 딥티크의 오르페옹. 이건 스프레이 타입 말고 고체 타입으로 사봤다. 이유인 즉슨 별건 없고 케이스가 예쁘더라고 게다가 수량 1개 남았다고 떠있길래 사지 않을 수가 없었

Top Notes: Juniper Berries / Middle Notes: Jasmine / Base Notes: Powdery Notes, Cedar, Tonka Bean

 

  케이스 너무 예쁘고 향도 너무 좋은데 케이스가 너무 무겁고 향이 완전 겨울 향이야.. 아니 주니퍼 베리랑 시더가 들어갔다고 써있으면 보통은 여름 향수구나 하지 이렇게 두꺼울지 제가 미처 알았겠어요? 가을 겨울에 많이 바르고 다닐게요..
 그렇다면 이제 여름 향수로 너무나도 유명한 아쿠아 디 파르마 뿐이야, 했으나 그 유명한 지중해 어쩌고 컬렉션 네 가지 중 뭘 사야할지 모르겠더라. 동생이 미르토를 가지고 있길래 향이 어떻냐고 물어보니까 흔한데 좋아 라는 굉장히 애매하고 효용가치 없는 대답을.. 게다가 저는 시향을 하러 백화점까지 가기는 너무 귀찮았던 것입니다. 아주 아름답게도 ssg에 디스커버리 세트가 있더라구요 아란치아 향만 빠져있지만 미르토, 피코 디 아말피, 베르가모토 이렇게 세 개로 구성되어 있음.

Top Notes: Myrtle, Lemon, Bergamot, Basil / Middle Notes: Sea Notes, Jasmine, Rose / Base Notes: Juniper, Cedar, Mastic or Lentisque, Amber

 

Top Notes: Grapefruit, Bergamot, Citron, Lemon / Middle Notes: Fig Nectar, Jasmine, Pink Pepper / Base Notes: Fig Tree, Cedar, Benzoin

 

Top Notes: Bergamot, Citron / Middle Notes: Ginger, Cedar, Flowers / Base Notes: Vetyver, Musk, Benzoin

 

 셋 다 다소 흔한 향으로 나한텐 피코 디 아말피가 제일 좋았다 가장 여성스러운 느낌. 미르토는 더운 남자 스킨 향이던데? 나한테만 그렇게 나는건가.. 아무튼 내가 뿌리긴 싫고 남자친구가 뿌려줬음 좋을 것 같은 향이다. 베르가모토는 뭐 당연 베르가못 향.. 얼그레이 냄새.. 구어망 계열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쓸 이유가 딱히 없는.. 그치만 완전 드라이한 베르가못은 내가 전혀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에 차라리 이런 맛있는 홍차 향이 나는 쪽이 낫다.
 이렇게 혼란을 거듭하던 중 향수 샘플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뿌려본 이 향수에 일순 꽂혀버렸으니

Top Notes: Basil, Lime, Sicilian Orange, Bergamot, Petitgrain, Lemon / Middle Notes: Green Notes, Hedione, Jasmine, Rose / Base Notes: Patchouli

 

 참 뭐랄까 흔하면서 또 은근 안 흔한 이 오묘함이 좋은데 문제는 너무 오이비누 향이.. 이런 물 냄새 많이 나는걸 못견디는 사람으로써 이걸 뿌리면 뭐랄까 지킬 앤 하이드 처럼 네가 좋아.. 그치만 싫어! 하우에버 너를 사랑해.. 네버더레스 널 미워해!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다. 특단의 조치로 파우더리함의 끝판인 멜로그라노와 함께 뿌리는데 그러면 그냥 이 향은 사라지고 결국 멜로그라노만 살아남는..
 결론적으로 100%의 여름향수를 만나는 일은 실패했다 이 말입니다. 누군들 성공을 하겠어요? 그치만 성공하신 분들은 저에게 그 향수가 무슨 향수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과거엔 이런 향수들도 여름에 쓰곤 했었다.

조 말론의 화이트 자스민 앤 민트

Top Notes: Mint, Bergamot, Chamomile, Coriander, Cardamom, Black Currant / Middle Notes: Jasmine, Orange Blossom, Lily-of-the-Valley, Ylang-Ylang, May Rose / Base Notes: Tea, Vetiver, Cedar, Musk, Dried Plum, Guaiac Wood

 

 대학생 시절 어찌나 뿌리고 다녔던지 그냥 이 향으로 애들이 내가 강의실에 왔다 간 것을 알 정도였는데 하도 남자애들이 향기로운 에프킬라 향이라고 딜을 넣어서 안쓰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가끔 그리워서 다시 사볼까 싶기도.

끌로에의 끌로에 오 드 퍼퓸

Top Notes: Peony, Litchi, Freesia / Middle Notes: Rose, Lily-of-the-Valley, Magnolia / Base Notes: Virginia Cedar, Amber

 

 뭔가 완전 여름! 이라기 보단 약간 여름에서 가을 이 무렵에 많이 썼던 것 같다. 장미 향수 잘 안쓰지만 이건 뭔가 쇠 냄새 나는 장미 향 같아서 종종 손이 갔던 듯.

 펜할리곤스의 블루벨

Top Notes: Citruses / Middle Notes: Hyacinth, Lily-of-the-Valley, Rose, Cyclamen, Jasmine / Base Notes: Galbanum, Cloves, Cinnamon

 

 이것도 완전 여름에 쓰기 보다는 살짝 봄에 걸쳐서 쓰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 꽃지린내 처럼 느껴져서 그만 쓰게 되었다.

 필로소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Top Notes: Bergamot, Grapefruit, Mandarin Orange / Middle Notes: Freesia, Jasmine, Rose / Base Notes: Musk

 

 

 비누냄새로 유명했던 향수로 사실 비누냄새 보다는 그 뭐랄까.. 건조기 냄새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좀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에 종종 쓰곤 했었는데 은근짜하게 섞여오는 물냄새가 별로라서 더이상 쓰진 않았다.

 불가리의 옴니아 아메시스트

Top Notes Green Notes, Pink Grapefruit Middle Notes Iris, Bulgarian Rose Base Notes Heliotrope, Woodsy Notes

 

 사실 이건 내 향수가 아니고 엄마 향수였는데 방학때 집 오면 가끔 뿌리고 나가곤 했다. 보라색 병과 잘 어울리는 보라색 향이었고 딱히 지금까지 쓰지 않는 이유는 역시 은근짜한 온천탕 스멜 때문에..

 CK의 이터니티

 

Top Notes: Green Notes, Freesia, Sage, Citruses, Mandarin Orange / Middle Notes: Carnation, Lily, Lily-of-the-Valley, Narcissus, Marigold, Violet, Rose, Jasmine / Base Notes: Musk, Heliotrope, Sandalwood, Amber, Patchouli

 

 앞의 향수들은 대학생때 주로 썼다면 이 향수는 20대 후반 쯤에 갑자기 급 꽂혀서 올리브영에서 샀던듯. 아주 여름이라기 보단 봄에 걸친 느낌이고 이 향수에서 주는 백합의 뉘앙스가 좋았다. 그러나 향이 너무 뭉근하고 느끼해서 자주 쓰기 힘들었던..

 이정도 되려나? 이젠 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그 시절 썼던 향수들을 떠올리자니 그때 유행했던 브랜드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추억여행 다녀온 기분이 되었다. 뭐 어쨌거나 지금의 여름 향수 컬렉션은 그래도 다섯 개의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으니 완벽한 여름 향수가 없더라도 적당히 돌려막기 하면 될 일이고, 세르주 루텐 거만 잘 구하면 되는데 대체 왜 한국 사람들은 세르주 루텐은 안사줘서 한국에서 철수를 하게 만든게야. 아아 괴로워 인생은 녹록치 않아